[사는 이야기/엄마생각] - 2003. 10. 20. 09:57  by 사가아빠

자주 들르는 게시판에 누군가가 결혼계획을 올렸다.
다음달에 결혼을 한다고.. 그 설레임과 두려움에
나 역시 내 결혼식이 생각났다.
어릴적에는 엄마가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주길 기대했었다.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데 있어 엄마가 최고라고 생각해 왔기에
당연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결혼식은 멀리 외국에 사는 엄마와 준비하기도 어려웠고
엄마는 결혼식 1주일 전에야 우리나라에 오셨다.
그리고 사실 나 역시 전통혼례를 했기에 웨딩드레스 입을 일도 없었다.
결혼식을 한달정도 앞두고
나는 살던 엄마집을 전세주고 지금의 신혼집으로 이사왔다.
이사 오던 날 아빠는 출근하고 집에 없었고,
아빠가 올 무렵엔 어수선하게나마 가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동네 고깃집에서 외식을 했다.
내 가족들은 외국에 살고있다. 물론 그동안 혼자 산적도 있고
외갓집에서 산 적도 있지만..
아마도 무척 외로웠던거 같다.
아빠랑 같이 살게 된 사실이 그날 나를 너무나 기쁘게 하였다.
내 가족이 생긴다는 것이 난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결혼식 일주일 전,  허리를 삐끗했다.
허리가 좀 아프다고 생각하고 잔 다음날 아침엔
몸을 일으킬 수조차 없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병원까지 거의 기다시피 찾아갔다.
동네 한방병원에서 부황에 침에 파스를 붙이며
한 3일을 치료한 끝에야 겨우 걸을만 했다.
그 3일동안은 화장실 가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히 열심히 치료한 덕에 결혼식날은 그럭저럭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사실 허리도 걱정되었고, 왠지 모르게 내 결혼식인데도
실감이 나지 않아서 아무런 긴장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가자
내가 결혼했다는 실감이 났다.
신혼여행 내내 아빠와 손잡고 다니는 일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뭐가 그리 자랑스러웠는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아빠와 산책을 가거나 외출할때 손을 잡고 가는 것이 좋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 아빠랑 손잡은 건
어느 주말에 극장에 갈때였다. 인파에 밀리자 아빠가 손을 잡아줬다.
아마 나는 그날부터 아빠와 손 잡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결혼식을 한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아련히 그리운 것은 여자들만의 감성일까..
반디도 언젠가 어른이 되어서
나처럼 자신의 결혼식을 추억하겠지.
평생 한번이라지만.. 기회가 되면 나이 먹어서 애들 들러리 세워서
또 하자구 해야겠다.
다음번엔 웨딩드레스 입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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