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와 나무/육아일기] - 2004. 1. 22. 18:21  by 사가아빠

신생아인 세은이에게 무슨 병원 갈일이 그리 많이 생기던지
결국은 입원을 하고 수술까지 했습니다.
지난 주에 먹은 걸 자꾸 올려서 병원 처방을 받았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서 결국 일요일에
응급실로 갔습니다.
외갓집에서 머물 예정이라서 그 근처에 큰 병원을 찾았지요.
일산백병원의 소아응급실로 입원한 세은이는
그날과 그 다음날 초음파나 엑스레이, 혈액검사를 거듭한 결과
'유문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유문이란 위와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입구인데
그곳이 두꺼워져서 소화된 내용물이 위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머물다가 다시 위로 올라오는 병이래요.
태어난지 2-3주 되는 신생아에게서 발견된다는군요.
그냥 장염 정도이길 바랬는데
세은이는 그런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겨우 3키로가 넘는데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도 받게되어서
정말 슬프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월요일에 진단을 받자마자 화요일 아침에 수술이 결정되었습니다.
화요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수술실로 내려가는 세은이를 보았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차라리 대신 수술받고 싶었어요.
어쩌면 수술한다는걸 모르는 편이 그나마 세은이에게
조금 잘된일일까요?
1시간을 기다리니 세은이가 나왔습니다.
간단한 수술이라는 말이 맞는가봐요.
걱정보다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은이를 다시 신생아 실로 보내고 12시 면회 시간을 기다렸어요.
공갈 젖꼭지를 입에 붙여놓아서 얼마나 더 안타까운지..
응급실로 입원했던 날 밤에.. 검사를 위해 금식하던 세은이는
너무나 배가 고파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배고파 우는 세은이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공갈 젖꼭지 하나 대신 물려서 어르고..
안아서 어르고.. 그래도 세은이는 울었어요.
수술 다음날부터 세은이는 먹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물을 조금 먹고, 다음엔 희석된 분유를 먹고,
그다음에 분유를 먹고 다시 분유량을 늘렸습니다.
아직 세은이의 수술 자국을 보지는 못했지만
되도록 흉이 덜 남게 해주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립니다.
어제 오늘 면회시간에 본 세은이는 그래도 수술전보다
편안해 보였어요.
특히 오늘은 링겔을 제외한 장치는 전부 떼어버렸고
엄마가 온지도 모르고 편안히 자고 있었습니다.
겨우 하루에 15분 정도밖에 보지 못하지만 곧 퇴원을 할거랍니다.
매일 그동안 찍어둔 세은이 사진을 바라보며
아빠와 나는 세은이가 옆에 없는 허전함을 달래고 있습니다.
시골에도 수술이 끝난 다음에야 알려드렸고,
외국에 계신 엄마도 매일 몇번씩 전화하시지만
경과가 좋다고 안심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세은이 오늘까지 잘 먹고 있데요. 내일이면 퇴원을 할 지도 모릅니다.
세은이 얄밉게도 또랑또랑 한 눈이 얼마나 그리운지..
너무너무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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