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와 나무/육아일기] - 2005. 1. 8. 05:58  by 사가아빠
1월 2일 밤...
아무래도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날이 밝으면 둘째를 낳는다는 생각에 흥분도 되고
수술받는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고
난 어쩔수 없는 겁쟁이입니다.
지난달엔 수술받고 죽는꿈도 꾸었습니다.
왜 자연분만 할 수 없는지 화도 났지만
어쩝니까..
35주부터 의사는 수술날짜 잡자고 하고
40주가 다 되서 제법 가진통이 쎄진 지금까지도
나무는 거꾸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듯하고
사실 이젠 몸을 돌릴 공간도 없을테구요.
우선 1차 계획은 어떻게든 해를 넘기자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해는 넘겼고..
결국 세은이 생일과 같은 1월 3일에 나무를 낳기로 했지요.
어찌어찌 조금 자고 나서 아침 5시에 다시 눈을 떴습니다.
5시 반에 샤워를 하고 6시반까지 가게로 가기로 했거든요.
세은이는 아빠가 일하면서 틈틈히 봐줄테고
나중에 갈께.. 라고 하는 아빠를 뒤로하고
엄마와 함께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실을 잡고 침대에 누워 의사를 기다리며 수다를 떨었지만
얼마나 속은 떨리는지..
8시에 수술시작한다더니 정작 이리저리 처치하고
수술실로 간것은 8시 40분경..
수술실 문앞에서 엄마와 헤어지고
나 혼자 쭈욱 이어진 형광등을 보며 수술실로 실려들어갔습니다.
처음 보는 수술실의 그 생경함이란
그리고 얼마나 추운지..
그곳에서 홀딱 벗겨놓고 옆으로 누이더니 등에 마취주사를 놓더군요.
듣던대로 좀 아팠습니다. 그래도 참을만했어요.
양팔 침대 옆으로 벌려 묶고
배에다가 수없이 소독약을 발랐습니다.
내 양옆으로 의사 둘이 서고 각각 보조 간호사가 서고
내 머리맡엔 바이탈 체크하는 간호사 한명이 있고
마취의사는 문간쯤에 서더군요.
마취 들어간 시간이 9시 5분..
의사가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마취상태라 아프지는 않지만
누군가 내몸을 건드린다는 것은 알겠더군요.
마취되지않은 상체는 추워서인지 두려워서인지
소름이 돋은채로 바들바들떨리고
의사와 간호사들의 대화나 다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혼자 작은 소리로 섬집아기를 불렀습니다.
세은이에게 많이 불러주던 노래인데 왜 그리 가사가 안떠오르는지
몸이 마구 흔들리더니 무언가 꽉 찬게 빠지는 느낌
드디어 아기울음소리가 터졌습니다.
머리맡에 간호사가 재빨리 9시 29분이라고 말하더군요.
의사가 슬쩍 날 넘겨다 보며 웃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아이는 정상이냐? 괜찮냐?
의사는 그렇다고 하면서 아들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더니 간호사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서
고추를 보여주더라구요.
그래서 머리맡에 간호사에게 말했지요.
난 아이 얼굴이 보고싶다..
간호사가 다시 애를 데려와서 얼굴을 슬쩍 보여주곤
수술실이 춥다면서 금방 나가버렸지요.
드디어 우리 나무가 태어났습니다.
무사히 태어난걸 알고나니 이제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언제 다시 아기를 볼 수 있냐고 물으니 12시쯤 병실로 데려다 준데요.
진공청소기 소리가 계속 들리고 의사는 꼬매고 내진하고
수술실에서 나가면서 본 시간은 10시 5분
아이가 태어나는데는 1시간 밖에 안걸리네요.
수술실을 나서니 엄마가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내 피부에 따뜻한 공기가 와닿았습니다.
그건 안도감이기도 했지요.
그새 엄마는 아기도 보고 집에 전화도 했다고 하시더군요.
세은이 낳았을때 역시 병실로 가면서 이제야 끝났구나..
그런 느낌이었지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느낌만 그렇지 나아갈 일이 더 산더미지만^^
나무는 세은이 보다 눈은 작은듯하고
머리는 더 까맣지만 눈썹은 더 적고
코는 오똑하고 손발이 길쭉하고
손톱발톱이 너무너무 이쁘고
체중은 3.48Kg 에 키는 52Cm랍니다.
세은이 보다 조금 더 무겁고 조금 더 크네요~
12시쯤부터 퇴원할때까지 나무는 내병실에 있었습니다.
병원은 2박 3일 입원후에 퇴원해서
지금은 집에서 나무랑 젖주기 씨름을 하고있습니다.
아직 움직이는건 불편하지만 다음주쯤이면 괜찮을거라네요.
세은이는 나무가 울자 같이 울어버리고
아니면 나무를 손으로 가리키며 '오~'하고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요새 세은이 잘하는 버릇이거든요.
뭔가 가리키며 '오~' 그러는 것이요^^
내년 두 아이의 생일엔 나란히 한복입혀서
얼마나 이뻐 보일지 벌써 기대가됩니다.
세은인 엄마 옆에도 잘 못오지만 별 상관도 안하구요.
나무는 자다 깨다를 1시간 간격으로 하고있습니다.
어렵게 우릴 찾아온 나무야..
엄마랑 아빠랑 누나랑 모두 너무너무 환영한다.
어서어서 자라서 누나랑 많이 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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